프로젝트 헤일메리, 이게 우정일까요?
프로젝트 헤일메리
2026년 개봉 · TMDB 평점 8.2
"우정과 관계에 대한 도식을 들춰보면 외로움과 구원에 대한 바람이"
우주박테리아(아스트로파지)가 전 우주에 창궐해 태양이 죽어간다. 유일하게 아스트로파지가 번식하지 못하는 행성을 찾은 인류는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탐사선을 보낸다. 탐사선의 유일한 생존자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은 같은 목적으로 행성을 찾아온 외계인 로키와 함께 전 우주를 구할 방법을 찾는다.
"따뜻함이 세상을 구한다", "돌멩이에 우정을 느낄 줄이야", "미지의 관계에 기꺼이 뛰어드는 용기" ... 로키와 그레이스의 우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후기가 많다. 분명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홀로 각자의 세상을 구해야하는 그레이스와 로키는 조심스레 소통하면서 친해진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공기는 외계 생명체 '에리디언'에게 치명적이기에 로키는 항상 보호막을 뒤집어 쓰고 있다. 둘 사이 좁혀지지 않는 빈 공간, 타인과의 거리이다. 그레이스에게 사고가 발생하자 로키는 죽을 각오로 막을 깨고 그레이스와 접촉한다. 자신 밖의 존재와의 만남은 이토록 위험한 일이다. 둘 사이 깊은 우정은 그레이스가 로키를 살리기 위해 지구로 귀환을 포기하고 우주선을 돌리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둘 사이 우정에 위안을 받았다면 물론 좋은 일이다. 다만, 그 위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로키와의 첫 만남에서 시작하자. 처음 마주친 그레이스는 로키와 몸짓으로 소통한다. 서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하나씩 맞춰나간다. 둘 사이엔 각자의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하다. 하나가 경계심에 몸을 뒤로 빼면 다른 하나도 따라서 멈칫한다. 그제서야 둘은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탐색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영화는 너무 바쁘다는 듯, 금세 로키의 의사를 명확한 인공음성으로 치환해 들려준다. 그 순간부터 로키는 더 이상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긴장은 편안함으로 바뀐다. 영화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빠르게 넘어가버리고 그 '결과물'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그레이스와 로키는 우주선에서 함께 연구하고 노래한다. 둘 사이에 의심과 갈등이 들어갈 틈은 없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과연 이럴 수 있을까? 십 년을 넘게 만난 친구의 마음 속도 잘 모르는게 인간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에 대해서도 항상 모르는 채 남겨진 부분이 있다. 미지가 주는 거리감이 있기에 우리는 고민한다. 그 무거움이 우리를 붙잡기에 가끔은 멈춰 서서 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Amaze! Amaze! Amaze!"라고 외치는 로키를 보자면 즐겁지만(정확하게는 로키가 아닌 스피커가 소리친다), 빤히 쳐다보는 반려동물의 눈을 보고 있을 때만큼 나를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로키와 그레이스의 관계는 지나치게 매끄럽다.
조금 더 나아가, 그레이스를 향한 로키의 '일방적인'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다. 행성계 모형을 보내며 먼저 소통을 시도한 것은 로키였다. 그레이스의 우주선에 통로를 연결한 것도, 인간이 살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 준 것도, 그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 보호막을 입은 것도 로키였다. 심지어 로키는 자신의 생명을 잃을 각오로 그레이스를 구한다. 로키는 아스트로파지의 비밀을 밝히는데 필요한 협력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레이스가 '외로움을 견디는데 필요한 존재'이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우주로 보내진 그레이스에게 로키는 완벽한 구원이다.
그렇기에 로키의 희생 이후 그레이스가 로키를 구하러 가는 후반부 서사는 사족처럼 느껴진다. 이미 그레이스는 구원받았는데, 다시 그를 되돌려주러 가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주기 어렵다. 누군가는 희생을 강요받았던 그레이스가 로키와의 우정을 통해 스스로 희생을 선택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극의 구조상 분명 그렇다. 하지만 굴곡 하나 없이 이뤄진, 일방통행의 우정이기에, 그 선택이 주는 감흥은 그리 크지 않다.
돌아가서,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주는 위안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이 끼어들 틈 없는 편안함이 아닐까? 아스트로파지가 창궐한 우주, 유일한 면역지대에서 마주한 두 존재의 만남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용기'라는 우정의 원형을 발견해서라기보다, 극한의 외로움 속 나를 구원해 줄 '딱 맞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판타지 때문이 아닐까? 현실의 팬데믹과 영화 속 우주적 재난이 겹쳐보이는 이유는 고립감 때문이 아닐까.
지금 필요한 것은 지독한 외로움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번역기인 걸까.



새벽의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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