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샤를 합시다(EP.1)
[서두]
어릴 때부터 나는 음식에 큰 욕심이 없는 편이었다.
이른바 초딩 입맛(애기떄부터 밥 대신 라면을 물에 씻어 먹은,,)이기도 하고 부모님께서도 항상 "뭐든지 적당히, 배부르면 그만 먹어라" 말하셨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음식에 집착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산 그리고 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자란 덕에 다양한 식재료를 접할 기회는 많았다. 다만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즐기기보다는, 그저 주어지는 대로 먹는 쪽에 가까웠다. 이런 태도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가서도, 해외여행을 가서도 이어졌고 심지어 유럽 교환학생을 갔을때는 종종 점심에 감자칩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그랬던 내 식습관에 변화가 생긴 건 한 사람을 만나고부터다.
홍어를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유치원생 시절부터 삭힌 홍어를 먹었고 지금도 여전히 홍어애가 최애 음식중 하나일정도로 나와는 정반대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티클을 통해 그런 변화의 과정 속에서 내가 경험한 음식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조금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1.굴
지금에야 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자재 중 하나지만, 이전에는 별로 먹어본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23년 초 겨울, 종로 보쌈골목에서의 경험은 기존의 나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강력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날이 매우 춥던 어느 겨울날, 그녀의 추천으로 굴보쌈을 먹기로 했고 개인적으로 수육을 좋아하지만, 추운 겨울날에 1시간 야외 웨이팅을 할 정도인가 반신반의 하며 가게에 입장했다. 하지만 입장 후 일단 노포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기본 반찬과 함께 나온 뼈해장국으로 보쌈이 나오기 전 이미 소주 1병을 비웠고, 생각보다 굴보쌈이 괜찮을지도? 하는 개인적인 기대감도 커졌다. 이후 잘 삶아진 수육과 함께 굴무침, 김장김치가 나왔고, 개인적으로 김치를 안먹기에 우선 수육과 함께 굴무침을 올려 먹었다.
입안 넣고 몇 차례 씹었더니 갑자기 굴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며 굴을 이전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처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제대로 굴의 맛에 빠진 그해 겨울, 아마 2번 정도 보쌈골목을 추가 방문했고 현재는 고향 친구들을 통해 어리굴젓을 개인적으로 구매해 먹을 정도로 굴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5전 3패인 것은 비밀이지만..)

2.목살(feat.땅코숯불구이)
우리집은 외식보다는 주로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경우가 많았고, 역시 가장 만만한 건 돼지고기였다.
특히 어머니는 '고크두 정신'(고기는 무조건 크고 두껍게)을 강조하셨고, 어머니가 단골 정육점에서 구매한 목살을 크게 구워 한입 먹으면 나에겐 소고기 부럽지 않은 최고의 한입이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여러 고깃집을 가봤고 많은 맛집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점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테이블마다 이모님이 돌아가시며 고기를 구워주시는 곳으로 편리성은 이로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고기가, 고기가 정말 기가 막히다.
참숯향을 바탕으로 베테랑(으로 추정) 이모님들이 숙련된 스킬로 구워주는 육즙 가득한 목살은 내 개인적으로 서울 최고의 목살이라고 생각한다.
웨이팅이 있다보니 너무 자주는 못가지만 해마다 1-2회는 항상 방문하는 곳으로, 혹시 기회가 된다면 육즙 가득한 목살과 시원한 소주 한잔 추천한다.
- 업체명: 땅코숯불구이
- 위치: 서울시 성동구 행당로17길 26
- 메뉴: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등
- 비고 1)본점은 평일 저녁에도 웨이팅 있음 2)성수쪽에 분점 있었던 걸로 기억

*PS.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글을 써보기는 커녕 장문의 책도 거의 읽지 않아, 글이 너무 두서 없이 쓰여진 것 같지만
점차 쓰다보면 점점 나만의 스타일로 정돈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무엇보다 생각보다 글쓰기가 재밌는 것 같다.



'티끌 ticgle'의 취지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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