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 “ㄴr는,, ㄱr끔.. 눈물을 흘린ㄷr...” - 준마이 북극곰의눈물
준마이-북극곰의 눈물
사케
"집에서 딱 2잔만, 가볍게 즐기기 좋은 술. 이유 모를 그의 눈물이, 어째서인지 반갑다."

어느 새 나의 행복창고에는 이렇게나 행복들이 채워졌다.
아쉬운 점이라면, 좁고 낮아서 내맘대로 예쁘게 진열할 수 없다는 것이랄까…
오늘은 가운데에 있는 하얗고 귀여운 북극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눈물을 흘리는 듯하다. 출근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보면 1병이 채워지고, 그것은 이내 물류트럭을 타고 시장으로 이동한다.

그 중에서 한국으로 바다 건너 온, 북극곰의 눈물을 선물받게 된 일이다.
2026년 봄을 맞아 사쿠라에디션으로 출시되었다고 한다. 난 북극곰 시리즈가 이런 에디션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는데, 알고보니 크리스마스 에디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맛은 똑같고 패키징만 다른데 무슨 의미가 있…나?)
박스를 열고 찍은 사진은 어째서인지 사라지고 없다. 길쭉하고 익숙한 준마이 병과 귀여운 북극곰 두마리가 들어앉은 잔이 내게 수줍게 인사를 건넨다.
북극곰 한 마리는 잔 너머의 세상이 궁금한지 가슴을 붙이고 머리를 쭈욱 내밀고 있고, 다른 한 녀석은 따뜻한 사케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온천욕 준비를 끝낸 모습이다.
난 사실 이런 류의 잔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겹쳐지지 않아 보관도 불편하고, 술을 마실 때 뭔가 저 녀석들이 내 입술이나 인중을 건드려 귀찮게만 할 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도 보기엔 귀여우니 손님용으로 쓰기 위해 일단 찬장에 보관하기로 한다.

역시 익숙한 준마이다. 도수는 14%이지만 준마이답게 술맛은 덜하고 깔끔하면서도 약간은 몽글몽글한, 달큰한 쌀맛이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아내가 위스키보다 소츄나 사케류를 좋아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내가 좋아하는, 탄닌 가득한 와인으로 한 병 사볼까 생각이 들다가도 난 그닥 드라이와인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문득 떡볶이와의 페어링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얘기해본다. “마라로제떡볶이에 눈물 마시면 맛있을 것 같지 않아?”
마라로제떡볶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북극곰의 눈물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는 듯이 초롱초롱해지며 대답한다. “자기가 웬일로 그런걸 먹자고 해? 난 좋지!”
그러게? 내가 떡볶이가, 그것도 심지어 마라, 그리고 로제라니. 사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생각이 나서 얘기했는데 상황은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있었다.
사케와 떡볶이의 조화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묵직하고 자극적인 맛의 탄수화물 덩어리, 그 속에 알알이 혀를 찌르는 마라맛의 불꽃놀이가 한바탕 터지고 나면
그 열기를 차갑게 식혀줄 북극곰의 눈물을, 벚꽃향이 날 것이라 호소하는 그림과 함께 눈과 입에 담노라면 그제서야 파티가 끝나고 잘 정돈된 차분한 공기가 느껴지는 페어링이다.
달큰한 맛이 은은하게 혀를 감싸돌아 “매웠지? 고생했어. 이젠 좀 쉬어도 돼.” 위로 해주고 목을 타고 미끄러져 넘어간다.
마시다보니 비어가는 병이 아쉬워 마음 굳게 먹고 뚜껑을 닫는다.
다음엔 참돔회를 포장해다가 같이 마셔볼까 생각하며 위스키 친구들 옆에 잘 세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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